나의 이야기
귀로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4. 5. 8. 23:30
귀로
늦은밤 막차를 기다리는 방호벽 유리에 어떤 남자가 서 있다
유리벽엔 이름없는 시인의 "여정"라는 싯귀가 새겨져있고
그 위에 사내의 멍든 어깨가 그림자 처럼 드리워져 있다
지금 사내의 8부 능선은 오르막이 아니고 내리막 이라
오를때 만큼 힘겹지는 않다
그 기울기만큼 가속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전동차는 끝내 들어오지 않는다
이미 막차는 지나간 게다
안내방송에 따라 지친 어깨들이 뉘엇뉘엇 역사밖으로 빠져나간다
달랑 사내만 홀로 남아있다
오늘은 "어버이날"…
사내는 어버이 였던적이 가물가물하다
어느 부모의 자식이었다는 것만 기억한다
소식도 없고 기별도 없는 밤차처럼
사내는 무심하게 서 있다
장승으로 북박혀 있을듯도 하지만 가슴 언저리 상체는
바람에 이는 잎새처럼 흔들 거린다
역무원의 발자국 소리가 가까히로 들려온다
사내는 애써 움직여 기둥뒤로 숨는다
사내에게 무슨 시간이 더 필요 한건지 모르겠다
잠시후
방범셔터 내리는 마찰음이 멀리서 들려온다
사내는 유리벽에 새겨진 싯귀를 읊조린다
그리곤 마지막 연을 읽기전에
사내는 허물어지듯 바닥에 흩어진다
아버지…
그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