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야는 또 뭐꼬?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4. 6. 13. 14:23
야는 또 뭐꼬?
신사역 2번 출구 내리막 계단
한 노숙자 아저씨가 구걸 중 이시다
아직은 아주 절박해 보이지는 않은 행색이다
그때 웬 가방을 멘 젊은이 하나가
지나쳐 가던길을 되돌아와 만원짜리 지폐 한장을 구걸 바구니에 넣는다
좀전까지만 해도 천원짜리 달랑 한장에
백원짜리 동전 몇개뿐 인 바구니가 금새
풍성해 졌다
걸인 아저씨는 제 갈길을 내쳐 가는 그 젊은이 등에 대고 연신 고개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얘는 또 뭐야?
엊그제 유부녀 후리는 법에 몰두하던 버스 안
그 후레 아들놈과 비슷한 연배 같은데
이건 컨셉이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바삐 지하철 출입구 쪽으로 들어가는 파란셔츠의 젊은이를 폰카로 간신히 잡았다‥자랑하고 싶어서
‥더불어 사는 세상을 아는 이 선한 젊은이 때문에 엊그제 유부녀 후리는 법을 연마하던 그 개망나니 같은 자식이 있어도 희망이 보이는 오늘 이다
이래서 그냥저냥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들 하는가 보다
세상에는 아직도 나쁜 놈보다 착하고 선한 사람이 휠씬 많구나‥하고 스스로 위로해 보며
나도 내쳐 가던 길을 재촉한다
그 젊은이 부모가 뉘신지 그냥 고맙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