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대는 아직도 산 기슭에 머무는지요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4. 10. 7. 08:22
그대는 아직도 산 기슭에 머무는지요
저 산 모퉁이를 돌면
초가집 싸리담장 너머로 흰수건을 쓴 그대가
콩타작 하는 가을이 보일까요
조심스레 다가가면 발자국 소리를 기억할까요
해거름 내 그림자가 그대 발끝에 다으면
그댄 어떤 모습으로 뒤돌아 볼까요
가을은 그대 뒷 모습처럼 맑고 청량한데
나는 아직도 산 모퉁이를 돌아들지 못하고
주저 거립니다
산 숲 그늘이 아득하게 길어지면 새들도
날개를 접고 울음을 멈춥니다
나의 그대는 밤이 오기전에 장독대 뚜껑을 덮고
빨강 고추를 걷고 무말랭이를 걷고
지친몸으로 문고리를 잠금니다
부싯돌 소리가 들리고 등잔에 불이 켜지고
저 아련한 안개숲으로 님을 데려 갈때까지
나는 여태 산 모퉁이를 돌지 못 합니다
지루하게 산 기슭에 달이 뜨고 별이 집니다
내 발자국은 그렇게
봉당앞 고무신 앞에 주저앉아 밤을 새웁니다
서리내린 아침
새들은 산기슭을 내려와 다시 울기 시작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