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달팽이의 흐린날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5. 9. 3. 08:51

 



            달팽이의 흐린날

             

            나는 길을 가면서 본다

            보도 블럭위에 개미나

            새수깡 봉지나

            돌맹이 한개가 다 생명이 있다는걸

            시커먼 껌자국이 나를 보고 웃는다

            수없이 밟혀도 그져 웃는다

            비온뒤 천변길을 가로 지르는 달팽이

            참 무모하다

            자전거 바퀴를 피해가며 죽기를 작정하고 간다

            3박 4일이면 건너 가겠지

            흐린날은 불쌍한 것만 보인다

            나도 불쌍해 보이고 너도 불쌍해 보이고

            온갖 것이 불쌍해 보인다

            사람들은 이런날 15층을 올려다 본다

             

            달팽이는 살아서

            아직도 그 길을 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