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낙타를 만나러 가는 전설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5. 9. 12. 09:46

 



                      낙타를 만나러 가는 전설

                       


                      다 커 성년이 된 자식 들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우리가 그 나이땐 열사의 나라에서

                      땀 흘리며 외화벌이에 정신이 없었지

                      집 사고 가르키고 너희들 먹여 살리느라

                      쉴 틈도 없었다

                      그 덕분에 나라도 키가 훌쩍 커졌어

                      이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뒷방 늙은이

                      그게 한참 날리던 영화 '국제시장' 주인공

                      중동 건설 역군의 아버지들 이였다

                      이제 전설의 뒷방 늙은이들은 소임을 다하고

                      조용히 쇄락해 갈 뿐이다

                      애비로써 해 줄일이 없는 남은 세월은

                      무의미하고 권태로울 뿐이다

                      힘 빠지고 아프고 외로워도 바라봐줄 이 없는

                      무정한 세상이 돼버렸어

                      비빌 언덕이 없는 그들이 자꾸 집을 나간다

                      어디론가 사라진다

                      돌아오지 않는다

                      세월이 하수상하여 큰소리 한번 못치고 살다가

                      조용히 없어진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정녕 그들은

                      아라비아 낙타를 만나러 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