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죽어야지" 하는 거짓말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6. 7. 27. 18:54

 



                      "죽어야지" 하는 거짓말

                       


                      오늘 김치찌개 냄비를 또 엎었다

                      이럴때 내게 하는 말

                      "마이 살았다 아이가.. 고마 죽어않고 뭐하노?"

                      냄비를 내동댕이 쳤으니

                      바닥으로,싱크대,냉장고 문짝,오븐으로

                      천지사방 김치국물이 튀었다

                      망연자실 서 있다가

                      타올로 바닥부터 찌꺼기들을 수거하고

                      걸레빨듯 타올을 빨고 또 빨고

                      하염없이 파편들을 닦아낸다

                      상처난듯 가슴 한구석으로 차오르는 비애

                      다시 멸치 다시마 육수를 내고

                      묵은지를 꺼내 김치찜을 시작한다

                      퇴근하는 아이가 먹어야 하니까

                      나도 먹고...

                      자주 뭘 떨어트려 깨고, 엎고, 부수고 한다

                      이럴때면 경건하게 숨죽어 되뇌이는 말

                      "죽지않고 뭐하노..."

                       

                      옛날같음 북망산 바라보며 누워있을 나이인데

                      비루하게 너무 오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