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검은 코끼리가 간다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7. 1. 26. 08:26
검은 코끼리가 간다
남지나해 해변 였던가
밀림속 고성 였던가
민속품 가계에서 코끼리 한마리를 데려와
침대 머리맡에 두고 밤마다 함께 걷는다
느린걸음으로 느린 세상 속으로 걸어가고
걸어온다
간밤 꿈속에선 인사동을 가서 수수꿀떡을 사먹었고
그제는 인레호수에 가서 함께 멱도 감았다
살아있는 날엔 친구가된 우리는
늘 함께 느리게 느리게 다닌다
아픈날에는 아픈대로
슬픈날에는 슬픈 그대로
말없는 그대 손을 이끌듯 온기를 나누며 걷는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황톳길 바오밥 나뭇길은
코끼리의 고향이다
나에게도 그곳은 어쩌면 태곳적 고향일지도 모른다
검은 코끼리가 내 베개맡 꿈속에 들어 걸어가는 세상에는
끼니 걱정도 없고 잠자리 걱정도 없다
몇날 몇일을 쏘다녀도 차비 걱정도 없다
발걸음이 힘들지도 않다
전철도 없고 봉천동도 없고 시내버스도 없는
맨땅 맨발길
오늘밤에도
꼬끼리와 함께 또다른 세상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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