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폐허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7. 3. 16. 09:03
폐허
오늘 밤은 유난스럽다
끝도 보이고 시작도 보이고
극락같다
그럼 이런날도 있어야지
산다는게 바람같고
한바탕 풍랑 같은데 이제는 조용해지네
잘 살았냐고 누가 물으면 그냥 끄떡여야지
떠나갈 일이 아직 남아있다
자꾸 아픈건 몸이 보내는 신호다
외계에서 보내는 모로스 부호처럼
명징해 지는건 지난 기억일 뿐이다
가마앞에서 불길을 보며 밤을 새운다
황톳불에서 꺼낸 감자가 토실토실하다
새벽은 별빛과 함께 사라진다
낯달이 창백하다
그 사람이 왔다
황혼은 폐허의 밤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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