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앉아있는 여자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7. 5. 3. 10:48

 



                  앉아있는 여자



                   

                  호수가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듯

                  평생 뜨게질을 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산그늘이 내려와 그녀의 곁에서 두런거리고

                  산새가 말을 걸어와도 바늘코만 바라봅니다

                  뜨게실의 여정은 태평양을 횡단하고

                  안데스 산맥을 지나 지구별을 몇바퀴 돌았는지 모릅니다

                  그동안 돋보기 도수가 높아지고 귀밑머리에는

                  하얀 서리가 내렸습죠

                  자식들은 커서 어른이되고 연애를하고 혼인을해서

                  손주들도 생겨났습니다

                  여자는 손마디는 돌처럼 굳은 옹이살이 박혔지만

                  자식을 길러내고 먹을 양식을 보태 주었죠

                  평색 오색실을 보고 살아온 삶을 후회한 적은

                  단한번도 없었답니다

                  오늘도 '은이네 털실공방'에는

                  개나리색 노란옷을 입은 할머니 한분이

                  곱게앉아 세월을 낚고 계십니다

                  자태가 봄 햇살 아래 마치 수선화 같습니다

                  박힌 못처럼 살아온 평생은 타래실로 얽혀져

                  주마등이 되었습니다

                  한번도 서보지 못한 앉은뱅이 삶이

                  산그늘처럼 고요히 저물어 갑니다

                   

                  안팎으론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져

                  수많은 인간들이 죽어 나자빠지고 있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