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에구구구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7. 7. 20. 10:01


                에구구구



                 

                나이 먹으니 판단력도 흐려지고

                앉았다 일어나는 시간도 점점 길어진다

                친구 모임에서 좌식으로 둘러앉아

                식사를 마친후 일어나는데 모두들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에구구구ᆢ으자자자ᆢ어야야야야ᆢ

                모두들 마주보며 한바탕 쓴웃음을 웃었다

                유쾌한 웃음말고 처량하다는 느낌의 웃음

                참 세월이 무심히도 흘렀다

                평창 모자에 칠부소매,나팔바지 휘날리며

                땅 쓸고 다니던 학창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쪼그랑방텡이 할배들이 됐으니

                세월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새삼 실감이

                나며 가슴에 꽂혀온다

                [믹서기에 꿀한스픈 넣는다고 숟가락채 넣고

                돌리는 바람에 믹서기 작살내고

                압력밥솥에 양념통 프라스틱 용기채 넣고

                삼계탕을 끓이질 않나

                손에 든 핸드폰을 이리저리 찾아다니고

                강의하러 버스 정류장으로 버스타러 가야하는데

                전철역 출구앞에서 아차싶어 발길을 돌린다던가

                밥숟갈이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음식쓰레기 버리는데

                그 속에서 튀어나오는 일이라니...]

                정신빠진 행동들이 자꾸 늘어나는 이유도

                세월과 무관하지 않으려니

                내용년수가 다 된건 어쩔수가 없는게다

                핸드폰 메모를 보지않고는 단 하루도

                시작할수 없는 오늘이 그 오늘이다

                무섭다 가는 세월이

                무섭다 오는 세월도

                망녕부리지 말고 아프지도 말고 깔끔하게 가는

                방법을 연구중에 있다

                안락사가 인정되는 유럽 어느 모나라에

                죽으러 가려면 돈도 엄청 모아야 하는데

                이 나이에 그것도 쉽지않고

                정신머리는 점점 가물가물해 가는데

                앞날 걱정이 황산같다

                에구구ᆢ이렇게 자빠져 핸드폰 자판 두드릴

                시간이 지금 아닌데ᆢ

                오전에 친구만나 시흥 도예공방 꿀배달 가기로

                해놓고 한가하게 이러고 있다

                일전에 역곡시장에서 산 불량 양은 냄비도

                바뀌야하니까 까먹지말고 챙겨 출입문 출구앞에

                모셔 놔둬야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관곡지>연꽃밭에 들러

                연꽃 바다나 보고 와야겠다

                그늘 하나없는 열대 한낮 땡볕이라 머리털 빠지게

                생겼지만서두

                얼른 일어나 씻고 나갈채비 해야겠다

                일어나자

                으이쌰 !!

                에구구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