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 여자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7. 7. 28. 08:25
이 여자
그 여자 몸에는 살이 없다
여자는 가믐처럼 비쩍 말라버렸다
죽을병 걸렸나해서 병원을 가봐도
전혀 이상이 없단다
요즘 세상엔 똥배 나오고 잘먹어서 병인데
뱃거죽이 등골에 붙었으니 이게 무슨 조화냐
이 여자를 안아보면 깽깽이 소리가 난다
뼈마디가 현 같다
잘 마른 후박나무로 만든 해금 같다
이 여자는 향기도 없고 습기도 없다
'포비돈 요오드' 소독약 냄새가 난다
마른 수레바퀴 돌아가는 삐걱 소리만 난다
한여름 방파제에 버려진 생선뼈처럼 남루하다
한참때는 몸 전체가 명품 이었다는데
지금은 마치 바싹 말려논 간재미 형상이다
花無十日紅ᆢ
자식들이 뜯어갔고 남편이 뜯어갔고
애인이 뜯어간 살들은 똥이 되고
여자는 이제 나의 화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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