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콜(Squall) / 김낙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7. 8. 24. 01:43
스콜(Squall)
지난 겨울 전기담요 위에 시집 한권을
얹어 놓았다
침대 옆구리에는 홋카이도 레일 패스와
손바닥만한 면경이 꽂혀있다
여권 모서리에는 이미 거미가 집을 지었다
옥반지와 민들레 쿨스프레이, 개똥벌레와
동침한다
선풍기 타이머를 엄지 발가락으로 눌러
삼경쯤으로 셋팅 한다
200mm 퍼붓겠다던 약속은 믿지 않는다
그래도 베란단 문을 닫고 거실문도 단단히
단속했다
천변에서 장애자용 전동휠체어가 불어난 물살에
떠내려가 버렸다
타살같은 주검을 건져놓고 향을 피운다
가을도 오기전에 눈을 기다린다
패딩 점퍼 등판에 매화를 친다
기다리는 것들은 오지 못한다
알면서 기다리는 일은 참담하다
화투 한패를 가방 옆구리에 끼어넣고
사막으로 간다
나는 안다
이번 패도 별로좋지 않다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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