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등을 기대고 있는 사이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8. 1. 31. 00:55

 



                문 뒤에 등을 대고 오래오래

                서 있었다

                문을 안으로 잠그고 길게길게 오열하는 그를

                위로할 말은 없었다

                나보다 더 아픈 이는 없을거라던

                내 오만은 종이장처럼 얇은 자만 이었음을 알고나서

                나는 숨을 죽였다

                내가 그에게 준 사랑은 비수였고 칼날 이었다

                내 등줄기에 강이 흐르고

                잠긴 문밖에서 절음발이가 돼서

                그의 가슴밖으로 밀려난 사람은

                겨울 벌판 허수아비가 되었다

                그렇게 오래오래 등은 기대고 선 문은 나룻배가 되어

                긴 슬픔에 강을 건너고 있었다

                안 익은 파란 바나나가 감귤처럼 노랗게 익어가듯

                사랑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우린 그냥 등을 기대고 서 있는 사이

                누가 누굴 사랑 하던지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