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8. 2. 4. 23:17

 



              머리맡에는 여권, 시집 한권, US달러,홍콩달러,엔화,

              중국돈,유로등등 각국 화폐가 들어있는 두툼한 지갑이

              놓여 있었다

              아랫도리는 아무것도 입은게 없었고

              윗도리만 검정색 면티를 입고 있었다

              면티 가슴쪽으로는 "MONACO" 라고 흰철자가

              새겨져 있었다

              전기담요는 섭씨 30도 정도로 뎁혀져 있었고

              깨끗하게 정돈된 침실에는

              자주색 벨벳 커텐이 무겁게 드리워져 있었다

              고통의 흔적 따위도 없이 고요했다

              삶의 행적은 인간 모두가 다르다

              팔자대로 운명대로 살다 가는거다

              밖은 입춘 추위와 함께 폭설이 내렸다

              변방 도시에 혼자가 된 이유도 모른다

              김훈의 장편소설 <공터에서>

              김탁환의 소설집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두권의 책이 거실 쇼파에 가즈런히 얹혀져 있었다

              GOP 통문을 여는 소리는 서로 어긎나는 운명닮은

              철재의 비명 소리처럼 들린다

              그는 75년도 중부전선 전방 15사단 수색대에 복무했다

              그리고 백사 산수유마을 인접한 이천시 송정동

              임대아파트에 까지 흘러와 있었다

              가족들은 각자 각계전투 하듯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백사 가는 길 눈비린내가 대성산자락 火木하던 골짜기

              눈냄새와 비슷했다

              제설 작업하던 보급로 산모퉁이를 돌아 다목리

              38연대로 가는 길이 낯설었다

              부대원들은 雪에가려 안보일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해 줬다

              기억의 까마득한 휴전선 눈이 내리던 6월초 였다

              그다음 다음 다음해 5공화국도 붕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