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벼워서 슬픈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8. 3. 5. 14:44
가벼워서 슬픈
슬픈 것들이 강변에 두런두런 모였다
흐름과 멈춤을 반복하던 물길이 성을내며
길들을 밀어냈다
폭풍에 발이 묶인 자객들이
거인의 등뼈를 발라 칼을 만들었고
스산한 봄 기운이 불의 나라에
우박을 뿌렸다
콩나물 시루처럼 인간들의 몸뚱이가
바다에 둥둥 떠 다녔다
신의 옆구리에 박어넣은 칼날이 깊은 음절로
종소리처럼 울었다
그렇게 땅 덩어리는 종이장처럼 가벼웠다
자객은 신의 말을 결코 믿지 않았다
대신 슬픔의 색깔만을 무겁게 여겼다
묵정밭에는 노란 냉이꽃이며
제비꽃이 옹기종기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