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8. 12. 2. 23:44


 



                초설

                 


                조용하다

                초설이 내린 오늘 조용하다

                더러는 첫눈 오는날 시계탑 밑에서 만나자는

                백년의 약속을 기억하고

                더러는 그도 저도 까마득히

                잊고 드라마 재방에 빠져

                밖에 눈이오는지 비가오는지

                망망한채 엎드려 있다

                나는 조용하다

                그저 조용하다

                오가는 사람들 틈새에서 먼지처럼 고요하다

                다만 작은 음악 소리가 공간의

                살아있음을 알리고

                먼 뱃고동 소리같은 작은 울림이

                심장 박동을 두드린다

                나는 살아있어도 살아있지 못하다

                오늘 그런 첫눈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