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비 잠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3. 23. 13:38

 



                나비 잠

                 

                춘분이 지나서도 날씨가 곤두박질 쳤다

                눈이 올거라는 일기예보와 달리 눈은 오지 않았다

                삼월이십사일 토요일 5시 새벽녘이다

                주섬주섬 겨울옷으로 무장하고 배낭을 챙겨메고

                집을 나선다

                사북을 지나 정선으로 향할 요량이다

                하늘은 암흑빛이다

                폭설이라도 내릴양이라 떠나기전에 암시라도 주는

                모양이다

                눈속에 묻혀 한달열흘 헤메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럴리는 만에 하나도 없다

                구절리 섬을 찾아가는 중이다

                태백준령의 섬

                산간지방에 우뚝솟은 섬

                호수같은 섬

                물에 잠긴 섬

                사라진 섬

                15촉 꼬마 전구가 달랑 매달린

                여인숙에서 노숙다운 짐을 풀고 등을 누이면 종착역이

                어디쯤 인지를 알것 같다

                소리없이 깊어지는 한기

                아슴아슴 저려오는 가슴안고

                복어처럼 바다처럼 여기ᆢ

                잔설이 날아 올랐다

                눈이 잠깐 흩뿌리는척 하다 만다

                흰 나비떼처럼 눈앞에 춤추다

                사라진 환영을 카메라에 담았다

                태백의 호수여인숙 밤은 온통

                작약꽂으로 만발하고

                섬은 비단결 노을속에 진다

                머리위로 동백꽃이 날렸다

                알수없는 몇번째 봄이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