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옥희의 유혹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5. 30. 12:03

 



                옥희의 유혹


                 

                화려했던 봄은 진통으로 더욱 빛났다

                더 찌그러지고

                더 아프고 더 살기 싫어져서

                봄은 점점 더 찬란해 졌다

                네발로 버스 승강대를 오르지 않고서야 무슨 의미가 있으랴

                죽음이 무슨 댓가라고 살아지는지 알길이 없다

                청려장을 다듬으며 귀가 솔고

                눈이 짓무르고 어깨가 내려 앉는다

                녹 슬어가는 시간과 새벽의 먼곳이 혀 없는 입으로 말을 건넨다

                아직도 창수가 앉아있던 식탁으로 삵무늬의 고양이가

                유혹한다

                호텔 리옹의 회전문은 낡아 삐걱거리고 아직도 눈발이 날리는

                먼 저녁 어귀로 담배문 옥희가 앉아있다

                금요일의 정사는 불안하다

                커튼 콜을 받은 배우처럼 도도하게 튕기는 옥희는

                벌레먹은 장미처럼 곤죽이 되어 돌아왔다

                길을 잃지 않도록 버스 손잡이에 노란수건을 걸어놓는다

                여름밤의 정사는 끈끈하다

                캣콜링의 명수인 창수는 허우대가 미끈하고 안면도 준수해서

                성공율이 팔십프로라고 우쭐대고 다녔다

                적수를 만나 합의금을 몇백 날리고 나서야 주눅이 들었다

                청려장을 다듬다 별 돼도않는 소리를 지껄인다

                쉣을려나?

                명아주 새순을 따다 살짝데쳐 된장, 들기름에 무쳐 먹어야겠다

                그럼 무릎팍에 새순이 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