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81번지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6. 10. 22:08
81번지
마른 햇볕이 도망가는 저녁
변기에 앉아 옥희는 마른똥을 누고있다
수압이 낮아 똥덩어리가 둥둥 떠다닌다
멸치 똥을 따면서 멸치의 죽은 변기를 생각한다
꽈리고추 꼭지를 따면서 꽈리의 북쪽 고향도 생각한다
후라이팬에 콩기름을 두른다
계란 노른자가 부르르 떨더니 어둠이 내려 앉았다
옥희의 고향은 송현동81번지 산동네다
용현동 옐로하우스 홍등 밑에서 울면서 옥희는
동생 둘을 대학까지 보냈다
장마철이면 창가에 턱을괴고 아랫동네가 야단법석
물퍼내는걸 보며 옥희는 낄낄대며 웃었다
물고기들이 퍼득거리는 사금파리 환상을 보는듯 했다
파르르 눈시울이 떨려오면서 출근시간 이다
죽은새들의 날개를 밟으며 옷을 갈아 입는다
빨갛고 빨갛고 아주 빨간 옷으로 갈아 입었다
숨어있던 은빛 편린들이 후드득 푸른 소매위로
떨어져내렸다
옥희는 노란 가방을 메고 초록색 포니 택시를 탄다
밤은 안개에 젖어오고
옥희의 눈도 빨갛게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