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당신이라는 아주 먼 섬 3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8. 29. 22:21

 



                당신이라는 아주 먼 섬


                 

                한달이 훌쩍 지나갔다

                올 여름은 폭염이나 열대야가 길지 않아서 거져 먹었다는

                생각을 했다

                추위보다 더위를 못 참는 체질이라 얼른 겨울이 오길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줄 모른다

                벗어도 벗어도 흐르는 땀

                베갯잇이 젖고 시트 타올이 눅눅하고, 발가벗고, 그다음

                더이상 벗을것이 없으니 살껍데기까지 벗을수는 없는

                일이다

                열대야 때문에 작년 여름에 곤혹을 치룬 기억이 아직도

                트라우마처럼 생생한데 다행스럽게 더운날이 8월초 보름가량

                난리를 부리더니 입추,말복을 지나면서 氣가 꺾여 버렸다

                오늘이 처서다

                모기 입이 삐뚜러진다는 절기

                동해안 해수욕장도 줄줄이 문을 닫기 시작 했단다

                독서의 계절이 다가오고 몇주일째 도서관 열람실을 못 들렀다

                오후 해기우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 행복이란

                아이스크림마냥 달콤한데

                그냥저냥 오고가며 일부러 지나쳐 버렸다

                서고 800코너는 시,평론,소설집이 있는 공간 813.7 칸에는

                '당신의 아주 먼 섬'이 꽂혀있는 책장 주소다

                그동안 173쪽에는 무슨일이 벌어졌을지 궁금했지만 왠지

                누가 지켜 보는듯해서 감히 다가가질 못했다

                그동안 '쿠알라룸프르' 화상들이 주최하는 아시아 중견작가

                초대전 준비로 전시할 작품준비로 분주했지만

                그대의 먼 섬에 대해서는 솔직히 하루도 잊을수가 없었다

                자꾸 그 800번 코너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궁금해서 미치겠다

                내일은 짬을내어 도서관에 가볼 참이다

                도대체 이들이 만났는지 못 만났는지 알아봐야 겠다

                늦은 오후 열람실 서고 800코너에 들렀다

                다행히 소설은 대여가 되지 않고 존재했다

                떨리는 손으로 '정미경' 작가의 '아주 먼 섬'을 꺼내

                173쪽을 펼쳤다

                역시 책갈피 깊이 메모가 꽂혀 있었다

                "선생님 '창이'공항에서 점심도 거른채 해질녘까지

                기다렸는데 안오셨어요."

                "제가 선생님 계신 서울로 가야겠어요"

                "18일 오후 10시30분 인천공항 도착예정 입니다

                나고야발 아시아나로 갈꺼예요.

                입국장에서 뵈었으면 합니다"

                아뿔싸~또 남의 일에 몰래 끼어들고 말았구나

                도서관을 나오자 예보에 없던 여름비가 주루주룩 내리고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 문밖으로 나서지 못하고 망연히 관악쪽을 바라본다

                붉은 등을 깜박이며 봉우리를 넘어 영종도 쪽으로 여객기

                한대가 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