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라는 아주 먼 섬 4
그대라는 아주 먼 섬
아침 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분다
매미 울음도 시끄럽지않고 은은해졌다
밤이되면 풀벌레소리도 제법이다
저녁 8시쯤 4호선 전철을 타고 서울역에서 환승, 공항전철로
갈아탄다
전동차 안에는 밤비행기로 가는 손님이 별로 많지는 않았다
'나고야'에서 오는 사람을 확인해 보고 싶어서 한참을 망서리다
사실 돼도않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
물론 이들이 누군지 알길이 없다
하지만 입국자들의 행동거지를 천천히 훑다보면 누군가 흡사한
사람들의 조우를 발견할수 있지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기대감은 기대감으로 끝날수도 있겠지만
두사람이 소설처럼 만나는 풍경을 마치 멜로드라마 장면처럼
보고 싶었다
움질일수도 느낄수도 없는 나는 어설프기만 소설을 쓰고 있는
중이다
아픈 기억으로 돌아섰던 '치토세' 공항이 눈발속에 아리게 아리게
사라진다
잊혀진 기억을 되씹으며 영종도로 간다
공항 1층 입국장에는 막 태평양을 건너온 승객들이 캐리어에
의지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입구가 혼잡한걸보니 여러대의 여객기 도착시간이 얼추 겹쳐진
모양이다
'나고야'발 아시아나 항공기는 아직 도착 전이다
30여분은 더 기다려야 도착될 예정이다
도착후 입국 심사시간을 포함하면 1시간은 족히 더 기다려야
할것 같다
장내 편의점에 들러 커피 한잔을 뽑아들고 여유롭게 의자에
앉았다
뜨거운 카페인이 정신을 명료하게 한다
카페인 중독 현상이다
카톡, 카스, 페북, 갤러리, 블러그,브런치, 카페를 들러
작품 정리도하고 글 수정작업을 하다보면 1시간은
금새 지나가 버릴 것이다
싱가폴 작품전시 진행사항도
메일로 확인해봐야 하고 주최측에서 마련한 호텔 위치도
확인하고 여러가지 확인하고 준비해야 한다
정신없이 폰을 드려다보는 사이 어느새 도착시간이 다가왔다
서둘러 입국장쪽으로 가서 출구위의 초록색 전광판을 확인했다
아불싸! 일이 터졌다
나고야발 입국 비행기가 예정보다 20분 일찍 도착해 있었다
딜레이는 돼도 일찍도착하는 경우는 없는데 이런 낭패가ᆢ
온몸에 힘이 쭈욱 빠져버렸다
아직도 입국장을 간간이 빠져나오는 승객과 마중나온 사람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공항직원이 나와서 입국행이 끝났는지 출구문을 닫아버렸다
망연히 돌아서는데 가까운 거리에 한 여자이 내 앞을 가로막고
서 있다
"선생님 저 예요ᆢ"
누구ᆢ시죠ᆢ
"아츠꼬 예요"
"아츠꼬?ᆢ"
"이태전 가을 인사동에서
개인전 하실때와 겨울 경인미술관에서 출판기념회때
뵈었었지요
선생님 작품 '칼리브'를 구입한 사람 아츠꼬 ᆢ기억 못 하세요?"
그때의 그녀는 긴 생머리 였는데 머리를 단발로 자르니
딴사람처럼 보여 알아볼수가 없었다
수연과는 이렇게 조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