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수퍼슬림 블루 4
버지니아 수퍼슬림 블루 4
또 다시 길을 나선다
콘야를 경유하여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온천 지역 파묵칼레로 이동했다
고대 로마 시대의 거대한 [원형극장] 및 주거지역이 남아 있는
유적지[히에라폴리스]관광
파묵칼레는 자연이 만들어 낸 경이로운 산물이다
지면에서 뿜어 나온 석탄 성분을 포함한 섭씨 35도 온천수가
100m 높이에서 산표면으로 흘러나와 많은 수영장을 만들었다
온천수가 수영장에 흘러 넘쳐서 크림색의 종유석이 형성되었고
이것이 세계에서 둘도 없는 경관을 만들었다
목면을 뭉쳐놓은 듯 보이는 환상적인 경관으로 인해
파묵깔레는 목면의 성이라고 불리우고 있다
오늘은 일정에 약간의 여유가 생겨 호텔 온천장에서 편안한
온천욕을 한후 휴식을 취했다
헬렌을 룸으로 먼저 올려보내고
로비에 앉아서 그녀에게 보낼 사진을 정리하는데 우리팀에
함께 동행하던 젊은 부부가 편한 차림으로 로비로 내려오다
마주쳤다
나를 발견한 그들이 맥주 한잔하러 나가는데 함께 가자고
제안을 했다
헬렌에게 함께 가자고 폰을 했더니
그녀는 그냥 쉬고 싶다며 혼자 다녀 오라고 한다
혼자는 쑥스러워 싫다고 했더니 남자분이 폰을 잠깐 바꿔
그녀와 통화를 한다
잠시 로비에서 기다릴테니 천천히 준비해 내려오라고 하는
모양이다
내려오기로 했단다
호텔옆 도로에는 온갖 상점들이 오밀조밀 늘어서 있고
음식점마다
밖에 내놓은 의자에 앉아서 깊어가는 여행지의 밤을
즐기고들 있었다
우리는 안주로 케밥과 '탄투니'와 '카이막'을 시켰다
터키 맥주 '에페스'를 마시며 서로의 여행의 소감과 일상의
에피소드를 자유롭게 나눴다
그들 부부는 서울 종로 2가에서 '스타벅스' 커피 매장을
운영하는 40代 사업가 부부였다
겉보기엔 사업가 스타일이 아니고 얌전한 학자 타입처럼 보였다
세련되고 품격이 배인 부부였다
그 남자가 말했다
"여자 친구분께서는 필립모립스社에 근무 하신다구요"
"본사 이사님이시라니 대단하신 능력의 소유자 이세요"
"아닙니다ᆢ 그로인해 잃은 것도 너무 많다는 것을 이번
여행에서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그녀의 답변은 겸손하고 품위를 잃지 않았다
"선생님께서는시인이시고 소설을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아, 예 그건 와전된 잘못된 정봅니다"
"저희 부친께서 시인화가 셨구요"
"저는 인류학을 전공하고 환경과 지질학 학위를 받고
강단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여하튼 이렇게 훌륭한 분들 이런 기회에 만나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함께 좋은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듣고 그들은 많은 이야기를 하며 밤이 점점 깊어갔다
옆을 보니 그녀가 조금 피곤한 기색이 보이고 이대로 가다가는
이들 부부가 밤을 새울듯 싶어서
자리를 먼저 일어나기로 했다
부부는 좀 서운한듯도 했지만 내일 일정을 감안한듯 흔쾌히
자리를 일어났다
그 다음날 부터는 그날 밤 인연으로 친해져 이 부부와 늘
함께 다니며 여행을 하고 따로 여가 시간에는 터기의 밤
문화도 함께 즐겼다
그녀도 마음이 많이 열려서 형님 동생하며 죽이 잘 맞았고
즐거워하고 행복해 했다
그런 헬렌의 모습이 내겐 왠지 쓸쓸하고 측은해 보이는건
무슨 이유일까 한참 생각하게 했다
혼자만 살다가 인간다운 좋은 사람들을 만나 처음 주고받는
정 때문이 아닐까 나름 해석을 해 봤다
그런 그녀가 그져 아름다워 보였다
참다운 인간다워 보였다
괴물같은 뉴욕의 빌딩 감옥에서 일만하다 탈출한 탈옥수의
무한한 자유로움을 보는듯 했다
그녀는 오늘 감옥에서 탈출한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민끽하고
있는듯해서 한없이 기쁘다
가을비가 내리고
드립커피 한잔 내려 창가에 앉으면
먼 산이 들어오고
먼 들녘이 들어오고
동구밖 마을이 들어 옵니다
가을이 물들어 가고
살아온 시간들이 꿈결 같습니다
늦은저녁 새들도 둥지를 찾아 숨고
어둠의 실루엣은 진한 커피향을 닮았습니다
혼자라는 것이 때론 홀가분한 인생길
길동무가 그리울때도 있지만
혼자도 좋습니다
쇼핑을 하고 하이웨이를 달리고
늦은 저녁식사로 먹물 파스타를 즐깁니다
지나간 소낙비 사랑은 믿지 않았습니다
다가올 신기루 사랑도 싫습니다
조용히 나이를 먹으며
나만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휴일 저녁 창가에 기대어
참나무 베치카에 불을 붙여야 겠습니다
내 삶이 향기롭고 따스하게 익어가도록...
가을비를 닮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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