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11. 10. 13:59

 




              그 곳

               


              삶은 그다지 눈부시지 않다

              때론 누추하고

              때론 망가진 바퀴처럼 엉성하다

              가을 햇살처럼 아름답고 고요하지도 않다

              수레에 실려가는 바람처럼 가볍고

              헐렁할 뿐이다

              깊은밤 잠에서 깨어 천장에 그림을 그렸다

              내가 사는 지구 반대쪽 세상 그림 이다

              그쪽의 삶도 다를바야 없겠지만

              여행자는 설레임의 세상이다

              죽기전에 가볼수가 있을까

              다행히 이 한몸 새처럼 자유로워서 거칠것은 없다

              바오밥 나무를 동경하고 맹그로브 숲을 사랑하고

              다랭이 논이 신비로운 나는

              요양원 말고 그곳 그 길 위에서 죽고싶다

              삶이 눈부시지 않아도 좋다

              때로 허약하고 빈곤할지라도 언제든 떠나야할 길이

              있으면 좋겠다

              내겐 모든 세상이 신비로우니

              평생 떠다니며 살기를 소망한다

              내일 떠날 그곳도

              바닷가 조용한 마을이 될것이다

              반겨줄 이는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