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가수의 탄생
오페라 가수의 탄생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귀국길 탑승이 시작된후 이륙전부터 울기 시작한
갓난애기의 울음은 자지러지면서 필사적 이었다
하필이면 또 그 상황이 바로 내 뒷좌석에서 일어나는 일 이라서
너무나 현실적이고 생생했다
승무원들도 당황해서 애기엄마와 이리저리 얼레보기도 했지만 아이는
막무가내 였다
애기 엄마는 뚱뚱한 젊은 동남아 현지인 이었는데 도무지 아이와 소통이
안되는듯 실제로 친엄마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애기 간수를 하질 못했다
좌우열, 앞뒤쪽에서 머리를 들고 쳐다보기 시작하는 승객들의 표정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이의 울음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않자 저멀리 뒷끝 화장실 쪽 까지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누구야..왜 이렇게 애를 울리는거야!"
승무원들은 승객들의 동요에 얼굴이 벌개져가며 안절부절 했지만 아이를
길러보지도 않은 처자들이 무슨 다른 묘책이 있을리가 만무했다
한국인 엄마 서넛이서 일어나 아기를 얼러주고, 그렇게 안으면 애가 불편해 하니까
이렇게 안아봐ᆢ하며 알려 주기도 했건만
아이는 울음을 그칠 생각이 전혀 없는듯 상황이 도무지 달라지지 않았다
애기엄마는 땀을 흘리며 우는 아이를 얼르면서 점점 같이 울상이 되어갔다
이륙 준비가 끝나고 승무원이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맬때까지도 아이는
울음을 멈추기는 커녕 그 기세가 수그러들 줄을 몰랐다
이러다간 비행기가 멈춰버려야 할것 같았다
내리라고 할수도 없고 같이 갈수도 없고 기내는 초상집 분위기가 되어가는듯 했다
남의 애 아냐? 유괘범이야 뭐야?
의심갈 정도로 아이를 케어하지 못하는 아기 엄마를 원망하는 투정들이 여기저기서
한숨과 함께 터져 나오는듯 했다
바깥 상황을 모르는 조정석에서는 예정대로 비행기를 활주로로 빠르게 내몰더니
제트엔진에 가속을 붙혀 순식간에 창공으로 튀어 올라갔다
이렇듯 그치지 않는 울음으로 급기야 아이가 자진해 어떻게 되는건 아닐까하는
염려와 걱정이 기내를 엄습했다
에미라는 인간이 새끼 하나를 건사하지 못한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사람들은 혀를 차는듯도 했지만
이제는 그 소음이 주는 불편함보다 근심과 걱정으로 불안한 기운이 기내에
가득차고 있었다
항공기가 본 괘도에 올라 정상 운행이 시작되자 승무원들이 아이에게 관심이 될만한
소품들을 가져와 달랬지만 막무가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우유병를 물려보고 기저기를 확인해보고 자리를 옮겨봐도 상황은 전혀
달라지질 않았다
아, 이게 무슨 황당무계한 일인가
승객중 의사나 간호원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혹시나해서 그들을 찾아보았지만
불행히도 승객중에 그런 이들이 한명도 없었다
그때였다
옆줄 좌석에 있던 나이 지긋한 한국 할머니 한분이 애 엄마로부터 애를
빼앗듯 안아가더니만 얼르기 시작하자 채 일분도 안지나서 거짓말처럼 아기가
울음을 멎는것이 아닌가
이건 또 무슨 상황이래?
어찌됐건 승객들은 여기저기서 저마다 안도의 숨을 쉬게됐고 할머니를 구세주라 생각했다
그렇게 할머니 품에서 십수분정도 애를 재우고 나서 못난 에미품으로 아기는 다시 옮겨졌다
잠에서 깨어 다시 울까봐 한편으로 조마조마 했지만 밀바람을 타고 빠른 4시간 가량의
운항을 마친 여객기는 무사히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승객들이 입국장을 거쳐
8번 컨베이어 벨트에서 짐을 찾는데 자지러지는 애기 울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벨트 건너편에서 그 아기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오 마이 갓 !!! 튀자!!!"
나는 캐리어를 찾아 끌고 입국장밖으로 줄행랑을 쳤다
아이의 불만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했다
혹시 입양해가는 애기가 아니었을까
엄마 품이 바뀌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
어쨌거나 저쨋거나 그 아기는 커서 조수미보다 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가수가
될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애고ᆢ나중에 확인하려면 애기의 이름을 알아뒀어야 했는데 그만 안 물어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