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11. 23. 00:39

 




              서설


               

              내안에 내가 여럿이 산다

              철없는 나와

              시큰한 나와

              뭔가 일 내고 싶은 내가 산다

              그리움의 나와, 서글픈 나와, 연애하는 나는

              서로 다른 각자의 나다

              밥먹을 때의 나는 진지하다

              글 지을때의 나는 슬프다

              그림 그릴때의 나는 섹시하다

              이렇게 어울려 평생을 같이 살았으니

              이제와 오롯이 하나된 본디의 나를 갈구한다

              쓰임새도 없고 아무것도 아닌 허수아비같은

              나이기를 소망한다

              내 안에 같이 살던 나와는 이제 헤어지고 싶다

              철없어 슬픈 나로 돌아가고 싶다

              시어 꼬부라진 혀로 노랠 부른다

              가을 철새가 돌아가는 동녁으로 서리 내리고

              오늘은 小雪

              나의 여럿은 각기 제 갈길을 가기로 했다

              내 안에 瑞雪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