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 숙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12. 11. 22:26
露 宿
네가 가득한것 처럼 적막이 고요하다
홍시가 황홀해서 눈이 멀겠다
무서리가 핥고간 뺨 농염하다
나는 단내에 취해 침을 흘렸다
떨어진 감꼭지가 마른풀에 숨어있다
허수아비의 눈빛처럼 영혼없는 소리에 바튼 기침을
내 뱉는다
옷걸이에 걸려있는 山麻 줄기에
잎들이 쇄했다
벽은 거미줄을 타고 늦은 꽃을 피웠다
온기가 없으니 거미가 집을 짓는다
함께 사는것도 보시다
춘향이 처럼 밤 바느질을 한다
낡은 리어커에 실린 폐지 더미처럼 겨울 언덕은
위태롭다
눈이라도 한바탕 내렸으면 좋겠다
탈색된 노란 가로등 빛이 고양이 등에 내려 앉을 시각
정지된 시간들이 길잃은 행려자의 밥을 주고있다
우물이 환하게 웃는다
해의 웃음인지 달의 웃음인지
그 웃음의 의미를 모르겠다
폐허의 보조개가 한껏 파였다
그리로 눈물 한웅큼 범람한다
길 위에 밥 안쳐야할 시간
어스름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