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바이올렛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19. 12. 16. 23:44

 




              바이올렛


                   

                  한겨울 복판에 바이올렛 꽃대가 올라온다

                  꽃 피우려 하는가

                  산마 넝쿨도 메말라 비틀어지고

                  마가목 열매도 떨구는데

                  먼 봄 앞서 보라빛 꽃망울을 터트리려는 저의가 무엇이냐

                  너의 모습이 세월따라 희미해져 가도 잊지는 못한다

                  메마른 겨울속에 피어나는 바이올렛 꽃대가 경이롭다

                  쓰가루해협에 내리던 눈발속에서 전차를 타던 그 날이

                  화양연화의 겨울이었던가

                  양조위나 장만옥의 집은 음울했지만 하코다테의 룸은

                  허울없이 황홀했다

                  바이올렛 색깔로 입술을 칠하고 그녀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는 그 광대의 숨겨진 애인

                  기다리는 사람은 오늘도 기다리고

                  오지않을 사람은 오늘도 다른 길을 가고있다

                  生에 다시 마주칠 연이 아니면 길은 마주치지 않는다

                  그렇게

                  겨울이 봄처럼 피어나려 하고

                  랑카위 숙소에도 그린 망고가 익어가고 있다

                  바이올렛이 속절없이 필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