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동창생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1. 13. 08:16
동창생
맛있는 섹스를 하고
침대에서 야경을 보며 마시는
'로마네 콩티' 한잔은 천국이다
개선문이 내려다 보이는 이천이십년의 파리의 밤이
너무 황홀해서 진수는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숙자가 소주 한잔을 놓고 노가리를 씹는 용산역의 자정은
춥고 쓸쓸하다
삶은 여정은 천국과 지옥의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거린다
용준은 용산역에서 김밥 한줄과 오뎅국물로 늦은 저녁을
대신한다
용준의 부산 출장은 성과가 없었다
회사에 제출할 보고서 대신 사표를 써야할 입장이다
매일매일 치뤄어야 하는 전쟁같은 전투속에서 총알받이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회복불가 상태다
은행 융자끼고 OOO시티를 세채 분양받은 순재는 수십억
피가 붙어서 매일 골프치러 필드에 나돌아 다닌다
부동산 투기로는 돈벌이가 그렇게 쉬운데 봉급쟁이는 자리
걱정으로 매일밤 잠을 못 잔다
퇴직후 몽마르트 언덕에서 그림 그리는게 소원이라던 형태는
간신히 마누라의 허락을 받아 파리생활 한달살이를 하고 왔다
소원 풀이를 한 셈이다
진수와 용준이와 순재와 형태는 동기 동창이다
어제 용준의 빈소에 다녀왔다
가을에 함께 북유럽 여행을 떠나자는 계획은 물거품처럼
수포로 돌아갔다
간 녀석보다 남은 식솔들이 걱정이다
우리의 삶이 너무도 달라서 거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