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Sara의 종말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4. 8. 00:05

 




              Sara의 종말


               

              금빛 낙타와 사막여우가 노닐던 사막 움집이 모래 언덕 속으로

              날아가 버렸다

              코끼리 무덤을 다녀온후

              말발굽과 거북이와 은어가 달린 팔찌가 깃털처럼 가벼워 졌다

              풍경을 목에다 매달았다

              움직일때마다 댕그랑 댕그랑 보챈다

              큰스님의 죽비가 어깨를 내리치자 날개가 돋았다

              몸이 도요새처럼 높게 날았다

              뒤곁 대나무숲에서 몸 부딪히는 소리와 파도 소리가 났다

              바다가 절간을 윤간하는 소리다

              로맹가리의 날던 새가 떨어졌다

              왜 하필 불전앞에 추락했을까

              흰 삽살개가 새를 물어다 돌무덤을 만들어 줬다

              큰스님은 묘지에 절을 했다

              들꽃처럼 외롭다는 이가 다녀간지 여러해가 지났다

              밟고간 자리마다 고운 민들레 꽃이 피었다

              한나절 하염없이 바라봤다

              슬프거나 외롭거나 화가 날때마다 울수는 없는 生이다

              눈물샘은 이미 오래전에 사막처럼 말라버렸다

              코끼리와 낙타와 사막 여우와 거북이와 말발굽과 풍경에

              매달린 은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먼 풍경들이 흐릿해질때 부처님의 세상은 비로서 등불을 켰다

              플로리다의 한 식당에서 일몰을 바라보는 일이란 사막을 걷는

              수행 의식과 비슷하다

              하루종일 밥도 못먹고 일하다

              기진하여 쓸어져 버리는 육신은 단테의 연옥으로 가는

              슬픈 세상의 주소인듯 비릿하다

              Sara의 울지 못하는 하루하루는 지루하고 은밀하다

              저 어딘가 티벳의 산에 올라 봉우리를 향해 쳐들어오는

              종말의 해일을 상상한다

              세상이 잠겨 버리고

              새로운 신대륙이 태어나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이 시작하는 세상

              빵 한조각을 커피에 찍어먹고 일터로 향한다

              차도 팔고 집도 팔고 코끼리도 팔고 낙타도 팔고 목거리,

              팔찌마저 팔아버린 지금은 빈 껍데기다

              뚜벅이가 되어 낯선 나라 이국땅

              플로리다에서 돌팔매가 되어가고 있다

              인생 역전은 이미 물 건너가고

              귀갓길은 늘 외로운 들꽃처럼 쓸쓸하다

              허기가 등쪽에서 울고있다

              티벳 산봉우리에 가부좌한 노승의

              정수리로 해일이 몰려드는 광경이

              떠오른다

              허기가 등쪽에서 싸늘하다

              맘모스의 울음후 영혼은 해일속에 묻히고 말았다

              겨울 자작나무숲의 울음처럼 아득한 열락의 품이 그립다

              죽음처럼 깊은 잠을 자러 간다

              로맹가리, 페루, 추락, 티벳의 봉우리, 노승, 죽비, 등짝,

              동안거, 하얀 고무신에 노란 민들레 꽃이 지려 밟힌다

              그렇게 모든 것은 떠나갔다

              밀회의 신비로운 향기와 빛깔처럼

              유혹, 그 치명적인 불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