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등이 동그랗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4. 14. 00:50

 




              등이 동그랗다


               

              저 사람은 왜 등이 동그랗지?

              구부리는 일만 하고 살았나

              움추리고 살아서 그러나

              왠지 굽은 등을보면 측은하다

              어차피 늙으면 구부러지는 등이지만 보기 안좋다

              내 등짝이라고 별수 있겠어

              등나무마냥 구부러 지겠지

              오랫만에 미세먼지 좋음이다

              더부룩해서 산책 나왔다

              밤 천변은 고요하다

              냇물 위에 불빛들이 흔들거린다

              가끔 푸드득 물결치는 소리

              잉어가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소리다

              부림교 위로 그림자들이 지나간다

              한참 걷다가 돌계단에 앉았다

              몇날 몆일을 앉아서 TV만 봤더니 골반이 무겁고 뻐근하다

              수은등 밑으로 벚꽃이 희다

              등을 펴고 사는 일이 쉽지않다

              폰질도 컴질도 그림그리는 일도 다 고개를 숙이고 등판을

              구부리는 작업이다

              들어가는 길에 슈퍼에 들렀다

              이것저것 양손가득 사들고 왔다

              오징어는 물에 튀기고

              생닭은 애벌 기름두른 후라팬에 구워놓고

              시금치도 데쳐놓고

              마늘은 뒷꼭지 잘라 손질해 냉동고에 넣고

              고등어는 무 넣어 졸여놓고

              늙은호박은 압력솥에 푹 삶아 믹서기에 갈아

              찹쌀죽 풀어 죽을 만든다

              맨날 만들어 놓고 먹지도 못할 음식들을 매일 매일 만든다

              그래야 허전하지 않다

              벌써 자정이다

              사는게 다 욕정 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