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물덖는 꼰대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4. 25. 17:07
나물덖는 꼰대
가죽 나물도 따고
화살나무 순도 따고
뽕잎 새 순도 따고
머위 새순도 훑고
데쳐서 초장에 깨부생이 넣고 참기름에 무치면
집나간 입맛이 바로 돌아온다는 전설을 아십니까
살나무순, 뽕잎순은 일곱번 덖어서
밀봉해 놓고 조석으로 음용하면
오염된 몸을 정화시킨다는 전설을 아시는지
새순의 氣는 독해서 일곱번 덖고 덖어서 음기는 빼고 양기만
취한다는 전설을 아시는지요
인간끼리 거리두라는 질병관리본부의 지시에 따라 혼자
나물따러 댕긴다는 사실을 아실랑가 모르것네요
봄나물은 겨울내내 잃은 입맛을 돌게하고
동면하던 몸뚱아리 세포 돌기들을 버들강아지 움트듯
피어나게 한다는 진리를 아시는지요
친구도 못 만나고 그림패들도 못 만나게하는 바이러스 창궐
덕분에 하루에 영화 세편, 드라마 재방 모조리 훑고
고관절 쪽으로 엉덩이 아파오기 시작하면 슬슬 꺼먼 봉지하나
호주머니에 넣고
청계산 기슭으로 나물따러 다닌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실꺼예요
새순 잎으로 일곱번 덖은 차는 깊고 청명하고 구수 하다니께유
알랑까 모르겠네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