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뇌의 선물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5. 26. 23:38

 

 

뇌의 선물

뇌가 요즘들어 이상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년시절 진달래 언덕을 기억나게 하고
긴 철길을 따라 방황하던 봄으로
할머니의 부엌 달래장 끓이던 잔불 아궁이로
산동네 언덕 명아주 꽃밭으로
안개낀 양수리 강가 자갈밭으로
문뜩문뜩 살아 숨쉬는 피안의 저편 편린속으로 나를 데려간다

'프루스트 효과' 라고 하는
지나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 시절에 느꼈던 똑같은 냄새를 불현듯 떠올려요
그리고 그때 느꼈던 강렬한 기쁨에 사로잡히며 풍요로운
행복감을 느끼지요
이런 현상을 가리켜
일상의 추억이 주는 행복으로 인해 삶의 고양을 느끼는
심리 상태를 '프루스트 효과'라고 한답니다
우리는 '나'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삶'에 영향을 준 많은 것들을 잊은채 살아가죠
그러다가 프루스트 효과처럼
불현듯 뜻밖의 예상치 못한 시공간에서
오감을 통해 떠오르는 기억이 종종 있습니다
계절의 냄새를 맡고 문뜩 놀라고
밤꽃 냄새에 어느날의 정사를 기억하고
된장찌개 냄새에서 시골집의 장독대를 떠올리고
여름 한복판 훅하는 습기속에서 랑카위섬 맹그로브
숲그늘의 원숭이를 기억하고
침대 모서리 창문을 열면 자귀나무 이파리가 바람에 흔들릴때 순간의 향기가 달랏 준령의 밀림숲을 추억해 내게 합니다
이런 것들은 갑자기 한순간 뇌가 돌출해 내는 돌발적인 과거 추억으로의 회귀 현상인데 너무도 그립고 행복이 충만한 순간을 만들어 줍니다
요즘들어 이런 현상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뇌가 왜 이런 선물을 자꾸 주는 걸까요
무슨 전조의 게시 일까요?

#글의 도움을 위하여 '프루스트 효과'의 검색에서 일부 글귀를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