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린 망고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6. 8. 21:51

호텔 창밖으로
그린 망고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엄마 망고나무는 나이가 많아서 커다랗고 나무그늘도 참 넓다

해변가 유월 햇살은 유난히 따가워서 망고가 잘 익어간다
내일은 '랑카위' 섬으로 맹그로브 숲을 만나러 간다
원숭이도 만나고 독수리도 만나고 박쥐도 만날 참이다

남지나해의 여름은 유독 빨리온다
여행 7일째 땡볕으로 나돌다 보니 웬만한 더위는 이제 현지인처럼 익숙해져 참을만 하다
간간히 스콜이 지나가 주면 꽤나 고맙다
망고 나무가 흔들릴때마다 이파리들이 반짝이며 출렁인다
저 주렁주렁 망고들은 어느집 식탁에 오를지 달콤한 향기로
벌써 입안 가득 침이 고여온다
해변에는 벌써 여행객들이 셔핑을 즐기고 쾌속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질주한다

그늘아래 누워 망망대해 수평선 위로 떠가는 구름을 본다
망중한 속 설핏, 굼뜬 잠에 든다
여기는 파라다이스 열락의 세상
망고처럼 달콤한 잠이 익어가는 곳
신의 정원 이다

여행속에서 만나는 향기들은 삶속에서 익어 오래도록 짙은 향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