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뒤돌아 눕는다는 것은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6. 16. 23:12
사랑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의미다
꼭 각방을 써야만 유통기간이 끝난 것이 아니고
돌아누울때, 혹독한 겨울같은, 온기 빠진 마음의 징표임을 누구든 눈치를 채야만 한다
죽고 못사는 것은 잠시잠깐 콩꺼풀이 씌웠을 호우시절 동안만 유효하고
사랑처럼 쉽게 잘 식는 물건도 없다
그래도 같이 살아가는 것은 연민이고 배려이고 측은지심, 그 이상의 의미는 찾으려 하지말자
섭섭하고 서운해 할 필요도 없다
나만 그런게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사기친 것도 아니고 내가 선택한 결정이었으니까
우린 나쁜 사람들도 아니다
한때 뜨겁게 만나 불처럼 사랑하며 산 시절은 인정해야 하니까
등 돌리고 잔다고 인간 관계의 끝은 아니다
장성한 자식들이 있고, 집이 있고, 차가 있고, 반려견도 있고, 이성 친구도 있고, 곧 새싹같은 손주들도 뛰어 다닐텐데
그래도 각방 안쓰고 한 침대에서 등 돌리고 살고있다면 성공한 케이스 아니겠는가
한시절 동백처럼 잘 살았다고 그리 치부해도 뭐랄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니
시간과 무관한 곳에서 살수 있었다면 과연 그 사랑들은 유효 했을까
시간의 파편들은 서서히 사랑의 색깔을 무채색으로 만들었고
그 시간의 무게들은 버티지 못하고 변화무쌍하게 저멀리 여울목으로 휘둘려 가버렸다
왜가리 한마리 한발로 개울가에 서서 한식경을 흐르는 강물만 바라보고 있다
등에도 눈이 달려서
훤하게 들여다 보는 마음의 눈은
서로를 용서하는 마지막 관대한 시선이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