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적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7. 26. 17:51
中伏이다
매미의 첫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 여름은 갔다
곧장 겨울이 들이닥쳤다
이 도시의 이름은 무엇인가
남극인가 적도인가
올리브 냄새인 듯 이글루 냄새인 듯 구분이 안 가는데
가을은 숨을 죽인 채 멍들고 말았다
노인네의 마른기침소리에 사람들은 언짢은 눈치를 줬다
흑사탕 한알을 건넸다
기침 소리는 거짓말처럼 멎었다
동작역을 지날 때쯤 노인네는 잠들었다
심장 박동 소리는 꺼질 듯 약했다
"채화원" 벤치에 자전거를 세웠다
姜氏 아저씨가 텃밭에서 따온 가지 한 바가지를
아줌마들 한테 건넨다
사내 하나가 물끄러미 광경을 지켜본다
무슨 생각을 하는 중 일까
적도에서 날아온 비행기가 목욕을 한다
항모가 북태평양에 떴다
곧 전쟁이 시작되려나 보다
올여름은 시끄러운 잡 매미 소리가 없어서 좋았는데
그 대신 새소리가 부쩍 늘었다
시인이 죽은 날 그린벨트에 시비를 세웠다
묘비명은
"철없는 시인 철들자 가다"라고
텃밭 들깻잎 향기는 역시 깊다
여기는 적도의 어디쯤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