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苦木이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8. 11. 12:17


고목이다

몸을 함부로 쓰지 않았다
함부로 굴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내용 연한이 다 되어서
여기저기 힘이 달린다
걷기도 열심히 하고
자전거도 타고
둘레길도 걷지만 세월을 비켜 가지는 못 한다
옛날 같으면 다 쓴 물건인데
세상이 좋아져서 덤으로 사는 인생이다
생산재가 아닌 소비재가 되어버린 몸뚱이가 슬프다
언제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을까
정신은 언제까지 말짱할까
노심초사
나는 내가 늙을 것이라는 걸 상상조차 못 했다
이 지경이 된 지금에야
내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