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물의 나라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8. 14. 04:45
물의 나라
폭풍우가 지나간 후
바람 부는 쪽으로 풀들이 누웠다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갈대가 누웠다
힘없는 것들은 그것들대로
힘깨나 쓰는 것들도 그들 대로
누었다 다시 일어난다
망초대도 쓸어진 꽃 모가지를 곶 추세 우고 일어났다
자연은 이렇게 힘없는 것들에게 끝없는 오뚝이 훈련을 시킨다
세상이 긴 장마로 천변이 범람하고 물의 나라가 됐다
모든 것이 쓸어지고 다시 일어서기 까지 굳은살이 배겨
옹이가 박힌다
민초들의 질긴 바람의 나라
언젠가 빙산들이 모두 녹아내려 물의 나라가 되면
사람도 지느라미가 생겨 물고기가 되겠지
황매산 억새들은 수초가 되고
강진만 갈대숲도 잠기고
그렇게 또 다른 세상이 오겠지
물의 바람대로 눕자
다시 일어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