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바람의 아들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8. 19. 15:03

바람의 아들

비릿한 사내의 정액이
강감찬을 낳고 이순신도 만들고 수양대군도 잉태했다
정토에서 태어난 영웅들은 모두 바람을 닮았다

지루할 때마다 하와이 참치 스테이크와 칼루아 피그 베네딕트를 그리워한다
해가지면 별들이 송송한 침대에서 섹스를 한다
삶이 심심해질 때 죽어가는 눈빛을 살리는 구원의 행위예술
여기는 소돔과 폐허의 궁전
토네이도보다 힘센 바람에 갈아타야겠다
미적지근한 액체가 미래의 주인공을 생산하는 시간
난데없는 자객의 칼 끝에 수없이 살해되는 씨 인간과 무지렁이 얼치기들
먼동이 트면 무덤의 행렬
만장을 보니 정승댁 똥개라도 복상사 했는 듯싶다
변강쇠의 가루지기는 되지 말아야지

남자를 잡아먹는 세로지기 그대의 무기는 바람의 궁전에 태어나는 천신의 妖氣
탱크톱도 거추장스러운 노출의 계절
브래지어 끈 한쪽을 일부러 노출하고 남자를 꼬시러 나간다
순정은 NO
열락은 GO
바람이 부는 쪽으로 눕는다
순결은 지나가는 뱃길에 실어 보내자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공자나 맹사성이나 공명이나 순자, 맹자, 고흐, 베토벤, 모짤트,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것들은 다 바람이 낳은 자식들이다
심오하면 눈귀가 멀든지 목이 잘려 단명한다

당신은 늘 바람에 쓸어지는 풀잎처럼 누워라
바람의 고향은 너의 집 근처
저수지 새둥지 바로 그 옆집
모퉁이를 돌면 해거름에 황소 우는 동네, 그 옆 동네ᆢ
그믐밤 에미 아비 없는 바람의 자식으로 태어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