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넋두리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8. 22. 00:12



내도 한때 잘 나갈 때가 있었는가?
없었다ᆢ

콩나물시루 같은 1호선 전동차로 수년간 동인천에서 노량진까지 공부한다고 다녔고
(데모 때문에 공부는 하나도 못 했다)
십수 년간 동암에서 서울역까지 직장이라고 다녔다(남영동 소재)
지금도 출퇴근 시간 1호선은 콩나물 시루처럼 복잡하다
그렇게 청춘을 보내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열사의 땅에서
중동 건설 역군으로 5년간
일했다
목적은 돈 벌러 나간 거다
그 돈으로 집도 사고, 애들 가르치고, 먹고ᆢ살았다
일하러 새벽에 나갔다가
술에 취해 자정에 귀가하던 변함없이 똑같은 일상의 연속
그 삶, 그 인생이 여기까지 왔다
잘 나간 것도 없고
못 나간 것도 없이
한 사내의 행적이 이러했다
大過없이 살아왔으니 후회할 일은 없다
그러나 남은 게 없다
업적도 없다
평민 주제에 업적까지는 좀 무리한 과욕인가
하긴 빈손이니 가벼워서 좋긴 하지

그나마
글이랍네 하고 쓰고 있고
그림이랍네 하고 그리고 있는
소일거리가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그것도 손톱만 한 재능이라고 늙어가며 써먹고 있느니
잘 나간 적은 1도 없는데

변방에 사는 사람들의 生이란 이렇듯 조용히 살다 조용히 사라져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