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맹詩人의 遺書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8. 30. 09:36
이제 그만 生을 정리하려 하오
더 해볼 일도 없고
더 갖고 싶은 것도 없고
더 바라는 목표도, 목적도 없으니
더 살 이유가 없오
자연死는 의술이 발달해서 너무 길고 한없이 멀기만 하다오
앞으로 수명이 이삼십 년이 남았는데 어떻게 기다린단 말이오
그래 결정한 일이니 행여 가엾다 생각 마시오
호상이려니 생각하시오
내가 결정한 선택이니 후회는 없오
그 누구의 탓도 아니고
순전히 내 탓이오
아쉽게 못 가져 본 것이 있다면
벤츠 450과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70평 아파트와
삼천이백짜리 휘블로 빅뱅 손목시계 정도요
그것 말고는 못 취해 본 것이 없으니 미련 따윈 없오
미쳐 못가 본 여행지는 저 세상 가서 가면 되지요
바오밥나무 동네는 꼭 가보고 싶었었는데ᆢ
遺書는 따로 없이 이것으로 가름하려 하오
지금 당장 죽는 것은 아니오
날도 잡아야 하고
독기 오른 참복도 구해야 하기 때문이오
복은 고향 동네 아는 어부형이 구해 놓으마 했으니 가져다 냉동실에 보관하면 되오
날은 손 없는 날로 잡을까 하오
장례식장에 오면
내가 마련한 마지막 회식자리니 함께들 맘껏 마시고 떠들고 웃다들 가시오
喪客이 아닌 축하객으로 와 주시면 고맙겠소
그리고 돌아가는 길엔 날 까맣게 잊어주시구려
바람을 좋아했던 내 몸뚱이는 산등성이 바람결에 날려주시오
바다나 강물은 싫소, 무섭소
유년시절에 두 번이나 바닷물에 빠져 죽을 뻔해서 두렵소
먼바다 위를 떠도는 것도 싫소
그러니 해 저문 산 녘에 뿌려주시오
억새 핀 산등성이면 더할 나위 없겠소
바람으로 떠돌다 떠돌다 나무의 밑거름이라도 되겠소
한 세상 잘 놀 다 가오
그동안 같이 놀아줘서 고마웠소
고생들 하시오, 나 먼저 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