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절 인연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8. 31. 14:00


시절 인연

이른 새벽잠 깨어 들창을 열면
어느새 소슬바람이 시리고
가을의 궤적 소리가 마음 한편 구석을 두드립니다
먼 데서 오는 계절의 발자국 소리는 들릴 듯 말 듯 잊혀진 사람으로 되살아 납니다
옷장을 열어 긴팔 소매 옷을 꺼내며 아직은 먼 겨울의 눈을 생각합니다
선제길 단풍길을 걸으며 섶다리에서 만난 인연도 추억합니다
가을은 외로운 사람들의 계절입니다
상원사 적멸보궁 앞에서 만난 그리움으로 월정사 숲길을 걸으며 시절 인연의 업을 홀연히 떠올립니다
이 가을은
그날처럼 온화하지 못해서
소나무 다리 위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망서립니다

외롭지 않다며 자꾸 뒤돌아 보는 애끓는 가을입니다
와수수 몰려가는 물비린내 나는 시절의 인연들,
그 모퉁이 호우시절의 추억들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