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절 음식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9. 9. 22:16

시절 음식

내가 먹고 싶은 것은
오징어 고추장찌개, 소리쟁이 된장국, 감태 무침, 민어 알 전병, 능쟁이 게장, 우렁이 쩜장, 북어 연탄구이 다
방학 때 내려가면 할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이다
새우젓 젓국도 개운하고
감잣국도 구수하고
팟국도 시원했다

이젠 먹기 힘든 70년대 음식이지만 나이 들어가며
자꾸 생각이 난다
말린 주꾸미도 별미였고
갱개미 조림도 일미였는데
할머니도 떠나시고
그 손맛 밴 음식들도 함께 사라졌다
계승자이신 어머니도 떠나셨고
어깨너머로 본 나만 남았다
그래서 새우젓국도 해보고
묵은지 찜도 해보지만
그때 맛이 안 난다
나도 시절 따라 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