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외 출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9. 11. 12:19
외 출
신맛이 강한 커피를 좋아하는 커피 마니아들이 있듯이
K2를 오르는 것이 평생소원인 등산가도 있다
저마다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기에 幸不幸도 갈릴 수밖에 없다
아프지만 않으면 행복하다고 말한
어느 병자의 절박한 이야기를 우리는 체감할 줄 모른다
아파봐야 건강의 소중함을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전철 창밖으로 국도변 들길을 따라 홀연히 달리는 스쿠터를 바라본다
김양의 커피 배달인지 배민의 족발 배달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늘은 범상한 풍경들이 여유롭고 아름다워 보이는 날이다
그러니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이 달라 보이는 게 맞는 거다
맘을 여유롭고 곱게 쓰면 세상은 천국인 셈이다
간단한 복장으로 구봉도 송림길을 간다
능선 따라 걷다 보면 시원한 서해의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코로나 환란이 아직 진정되지는 않았지만 갑갑한 마음을 털러 나오기는 이만한 곳이 따로 없다 사방으로 바다 바람이 드나드는 산 능선은 도심으로부터 안전한 피신처 이기도 하다
갑갑한 도시를 벗어나 바다에 이르니 위안이 된다
한식경을 해변 따라 들고나는 물결을 가만히 앉아 바라보다가
허기를 느껴 단골 바지락 칼국수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집은 국물 흥건한 열무김치가 끝내준다
김치가 알맞게 익어 감칠맛이 그만이다
대부 포도로 직접 담근 포도주도 한병 사들고 나왔다
매년 철 따라 어머니가 담그시던 그 술맛과 흡사하여 포도주 담던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아버님이 술을 전혀 못하셔서 집에서 담근 포도주만 조금씩 즐겨 드셨다
오죽하면 조상님들 제삿술도 이 포도주로 올렸으니까 말이다
우리 집안은 조상 대대로 술을 못 먹는 체질이라서 술꾼들이 없다
그래서 사위들을 얻을 때 주량을 검사해가며 선별했는데 결국에는 모두 주태백이가 들어왔다
선볼 때는 모두들 술을 전혀 못 하는 척 연극하고 들어온 몰염치한 작자들이다
어쩌다 바람 쏘이는 얘기를 하다가
술도가로 빠져버렸지만
각설하고,
요즘은 집에 갇혀 지내다 보니 숙면을 못해서인지 개꿈들을 많이 꾼다
밤새 뭔가에든 시달리다 아침에 깨면 개운치가 않다
종일 TV 앞에 매달려 있다 보니 엉덩이가 불어 터질 지경이다
책을 읽으면 잠이 와서 밤잠을 또 설치고
반복되는 일과가 지루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코로나는 어디까지 갈 건가
가자, 나랑 어딘가로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