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하루라는 욕망의 전차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9. 18. 14:04
새벽 3시 그녀는 낡은 코로나 타자기에 매달려 있었다
굳이 낡은 수동 타자기에 의존해 작품을 써 내려가는 까닭을 그 누구도 몰랐다
창수는 가스불에 달걀 3개를 야식으로 삶는 중이다
냉장고에 남은 달걀은 달랑 세알뿐이었다
남한강이 흐르는 강가 모텔 3층 방은 허름하고 남루했다
정숙은 밤새워 글을 썼다
창수는 덩달아 잠못이루며 그녀의 시중을 들어야 했다
그라상과 커피가 주식인데
밀라노식 음식을 9번 테이블로 나르며 정숙은 굶고 있을 창수를 생각했다
안초비를 뿌리지 않았다고 9번 테이블 손님이 짜증을 냈다
바꿔달라는 음식을 들고 와 썩은 재료를 넣어 다시 만들었다
9번 여자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음식을 남김없이 다 먹었다
진상 손님에 대한 복수이자 대처 법이다
그녀는 늘 속옷을 입지 않고 다녔다
창수도 속 옷 따윈 입지 않는다
둘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섹스를 즐겼다
집도 절도 없는 이들은 강변에 홀로 사는 정숙의 친구 영자의 모텔 312호에 빌붙어 산다
몇 백만 부 베스트셀러가 탄생할 때까지 전국 유명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다
3년째 연락이 온 곳은 한 곳도 없지만
그렇다고 희망의 끈을 놓은 적이 없다
창수는 선인장 즙을 넣은 테킬라를 마시며 레드 올리브를 안주로 시켰다
강변 모텔에 불이 났다
영자가 불타 죽었고
낡은 코로나 타자기를 안고 정숙은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창수가 알바를 끝내고 돌아온 새벽녘에 발생한 일이었다
그가 삼 년 전 써놓은 20권의 작품 노트를 타이핑하던 정숙은 불타버린 원고 더미를 껴 안은채 강에 뛰어들었고 그녀를 구하려던 창수마저도 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死後 출판사에 27번이나 거절당한 창수의 소설 [하루라는 욕망의 전차]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출판사는 인세를 누구에게 줘야 할지 몰라 고심했다
그때 가족 확인 증명서를 들고
딸 제시가 'Miami'에서 날아왔다
10 만불을 들고 그녀는 바로 'Miaml'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