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9. 28. 12:18


추석

명절 때나 새 옷 한 벌 얻어 입고
동네 한 바퀴 돌며 뽐내던
"때 빼고 광낸다"는 말이 이때 적용되는 말이다
딱총 화약 냄새도 생각나고
뽑기에서 큰 풍선이라도 하나 걸리면 입이 귀까지 찢어지고
그때 명절은 쌀쌀하고 추워서 코르덴 잠바, 바지를 입었는데
지금은 날씨가 동남아 날씨가 되어버려서 추분이 지났는데도 덥다

그때는
자치기, 비석 치기, 술래잡기, 말뚝박기, 연 날리기, 닭싸움, 딱지치기, 제기차기, 찜뽕 놀이
이런 놀이로 하루해가 짧고 모자랐다
같이 놀던 부랄 친구들은 다 늙어 꼬부라졌을 텐데
어디서 어떻게 살고들 있을까
그렇게 한 시절을 보낸 인연으로 아직도 그네들이 이때가 되면 그립다

송현동 81번지 수도국산 산동네에는 지금,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차 우리가 놀던 동네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지만 기억 속에는 아카시아 꽃과 명아주 나물, 대추나무, 개골창, 언덕배기 구멍가게도 또렷하게 떠오른다
추석 명절이 오면 일 년에 두 번 기름 냄새 풍기던 동네는 풍요했고 꾀 조조 했던 아이들이 모처럼 때 빼고 광냈던 명절 풍경이 떠오른다
앞집, 뒷집, 옆집, 숟갈 젓갈이 몇 개인지까지 빠싹히 알고
경조사에 함께 울고 웃으며 내일처럼 품앗이하며 지내던 이웃사촌들ᆢ
진호야, 재환아, 경일아, 옥희야, 문희야, 흥식아,
금순아, 경민아, 순자야ᆢ
잘 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