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달력을 넘기며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10. 3. 09:45

달력을 넘기며

달력 한 장 을 또 넘기며
생각한다
일주일처럼 한 달이 갔구나
이틀처럼 한주가 지나갔구나
일 년이 한 달처럼 가는구나
무참해져서 당황스럽고
무심한 모든 것들에게 서운해질 때다
달이 지나갈 때마다 달력을 넘기는 일이 두렵다
붙잡는다고 잡힐 날들이 아닌데 괜한 고집을 부려봐야
아무 소용없는 일이란 걸
알면서도 생떼를 써본다
달력이 아직 오월이면 뭣하랴
이미 꽃은 지고 낙엽을 떨구고 있지 않느냐
허수아비 머리 위로 하얀 서리발이 온다
귀밑머리에도 서리가 내려앉는다

달력을 넘기며 체념한다
나는 이미 종착역이란 걸
돌아갈 길이 없다는 것을
또 한 장의 달력을 넘기며 자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