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겨울비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11. 18. 22:36

 

 

 

 

[겨 울 비]

 


비 오는 날 창가에 함께 마주 앉아 담배나 한 대 필수 있는

여인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사이라도 상관없다
누구라도 상관없을
스스럼없이 눈치 안 보고 서로에게 연기를 뿜을 수 있는 그런
창가에 부딪혀 흘러내리는 빗물을 바라보며 하얀 연기를

탐스럽게 내뿜으며 아무 말 없이
그냥 겨울비나 한 방향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빨간 말보로 담뱃갑이 바닥나도록 재떨이에 수북이 담배꽁초가 쌓여서
더 이상 피울 담배가 없을 때까지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면 좋겠다

사연은 묻지 말기
나이도 묻지 말기
어디 사는지도 묻지 말기
돌아가는 곳이 어딘지 궁금하지도 않게 노란 우산을 쓰고

빗속으로 홀연히 멀어져 갈 그런 사람 하나 있으면 좋겠다
오늘같이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에는 불량해 보여도 좋겠다

호빵 하나 호호 불며 걸어가는 슈퍼 앞길에 비가 내립니다
창가에 기대선 것은 내가 아니고
불순한 빗줄기 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