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김치 같은 친구가 있다
내겐 김치 같은 친구가 있다
초겨울 이맘때면 저 아랫녘 영천에서 김장 김치를 날라다 주는 친구가 있다
시골로 귀촌하신 어머님 집에서 김장을 해 가지고 인천 집으로 가는 길에 과천 우리 집에 들러
김장 김치를
나눠주고 간다
이 나눔 봉사가 벌써 십 년이 넘었다
나야 김장할 입장이 아니니 횡재가 아니라 그저 감동할 일이다
답례로 마땅히 줄 것도 없고 해서 누가 저 남해바다 먼 섬에서 채취해 보내준 마른 미역줄기를
봉지에 싸서
건넸다
늦은 시간 아파트 주변으로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아 짐만 부려놓고 차 한잔 못한 채 헤어졌다
친구의 아내는 마뜩해 하지않는 눈치지만 친구는 해마다 김장철이면 내게 김장김치를
꼭 나눠먹고 싶어 한다
그깐 김치 몇 포기 사 먹으면 그만이랄지 모르지만 나는 매년 김장철에 잊지 않는 친구의 정성이
세상 어느 진귀한 선물보다 고맙고 감동적일 뿐이다
이제 시골 어머니가 구순을 넘기시며 연로하셔서 시골에서 김치 담그는 일은 올해가 끝이고
내년부터는 김치 배달도 이제 못할 것 같다는 말이 왜 그리 서운한 말로 들리던지ᆢ
(온라인 장터에서 농협김치 사 먹으면 될 일을ᆢ)
친구의 우정 어린 정성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 아쉬운 것이겠지ᆢ
그렇잖아도 어제 시장을 지나다가 가을무가 너무 튼실해 보여서 욕심이 동했다
낑낑대며 집으로 들여와 무 두 개를 깨끗이 손질해 무청까지 섞어 깍두기 한통을 담갔다
깍두기는 양념만 버무려 넣으면 그만이니까 제일 쉬운 김치중에 하나다
무가 커서 그런지 양이 엄청 많다
무가 달아서인지 깍두기도 달고 끓인 뭇국도 달다
이 깍두기가 올 김장의 끝이려니 생각했더니
친구가 여지없이 올해도 김치 선물을 들고 왔다
이런 나눔을 매년 고집하는 고마운 친구가 내게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광아, 늘 잊지 않는 네 정성 정말 고맙다
고맙고 맛있게 먹을게ᆢ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