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천국의 계단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0. 12. 25. 20:33
천국의 계단
그녀에게서 소식이 왔다
발칸반도 어디쯤 해변 마을에서 보내온 ᆢ
"나 이제 못 돌아갈 것 같아"
"여기서 죽을래"
"너무 행복해서 미칠 것 같아"
"매일매일 새로운 아침과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고 있어"
그리고 소식이 끊겼다
담낭암 말기에 방사선 치료를 거부하고 떠난
마지막 여행길이
이토록 행복했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얼마나 행복하면 미칠 것 같다고 했을까
그렇게 그녀는 자연으로 돌아갔다
떠나는 길은 아름다워야 한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떠나는 길이
비루하다
버리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삶의 끈을 놓는 일도 그렇다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일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녀가 누워있던 해먹이
오후 햇살에 기울 때 들리는 하늘과 바람의 소리 천국의 계단
가는 길은 조용해야 한다
잘 가...
나도 그렇게 죽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