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갬블러

시인화가 김낙필/자작나무숲 2021. 1. 9. 22:41

 

 

 

갬블러

 


부조로 조각된 벽은
속살이 붉은 장미목과
인도 동고츠산맥에서 자생하는 홍목 자단으로 마감되어 있다
하얀 회벽으로 마감된 천장과
플로어에는 코끼리 가죽으로 보이는 로우 소파가 드넓은

선홍색 페르시아 양탄자 위에 간격을 두고 안치되어 있다
플로어 왼쪽 검은 그랜드 피아노가 놓인 벽 쪽으로 후기 인상파 폴 세잔의

카드놀이하는 그림이 걸려있다
진품이라면 후일 2억 5000달러에 카타르 황실에서 구입해 갔다고

전해지는 작품이다
플로어 BAR에서 1988년 산 살롱의 블랑 드 블랑
삼페인을 마시는 남자는 크림색 울 슈트를 입고 있다
깔끔하고 큐티한 여자 같은 사내다
몇조의 개인 재산을 소유한 이 남자의 직업은 프로 갬블러다
건물 평수만 350평이 넘는다
집사, 정원사, 요리사, 보안원, 운전수를 포함해 7명의 관리원들과

함께 산다

동절기 연탄보일러를 돌리려면 겨울 동안 450장의 연탄이 필요하다
市에서 기초수급자 중 무직자에게 지원을 해 준다
끼니는 도우미가 가져오는 두 개의 도시락으로 아침저녁을 먹는다
점심은 주민센터에서 지원해준 컵라면으로 때운다
조만간 쪽방촌은 재개발될 것이다
놀음 빚으로 개인 파산한 지 십 년이 지났다

떠난 지 십 년이 지났다
돌아가지 못할 곳에 있다
그물을 거두면 전갱이 떼들이 가득하다
일부는 나누고 나머지는 젓갈을 담근다
잡은 물고기 판 돈으로 쌀과 부식을 마련한다
그렇게 무리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대서양 넓은 바다는 늘 물고기를 내어준다
로열 플러쉬, 포카를 수도 없이 만들어 냈지만

엄지 검지 손가락을 잘리고 결국 어부가 됐다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는
주식 투자로 수십억 날린 종팔이는 용산역에서 노숙하는

거지가 됐다
지금은 바야흐로 주식 영끌이 전성시대, 멀리서

곡 소리가 들린다

종려나무로 지은 집은 사방으로 바람이 통한다
석양이 들어오고
매일 해가 뜨는 집
홀로 물고기를 잡으며 사니
세상 편하고
여기가 내가 잠들 천국인듯 싶다

타짜는 아무나 되나 머리가 좋아야지ᆢ